경주 로스팅 카페 슈만과 클라라

오랜만에 경주행에서 발견한 카페입니다. 슈만과 클라라라는 곳인데요. 제목이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꽤 사정이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름이더군요. 슈만은 독일의 작곡가인 로베르트 슈만을 말하고 클라라는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을 말하네요. 이들의 사정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뒤늦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했는데 이들의 사랑에 기원한 낭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 클라라를 사랑한 브람스까지 엮어서 복잡한 사정을 표현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꽤 오랫동안 경주에 방문하게 되면 무지성으로 스타벅스를 찾아갔었는데 관광지답게 사이렌오더로 주문하는게 직접 가서 받아가는 것보다 더 오래걸리는 상황이 몇번 생기면서, 그리고 로스팅 카페에 대한 취향이 움트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잘하는 집을 찾게 됐는데 그 레이다에 걸린게 이 곳 경주 슈만과 클라라였습니다. 굳이 경주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고이 본점이라네요. 

 

사악한 가격 신박한 로스팅

호텔의 커피는 굳이 찾아가서 먹어 본 기억은 없지만 듣기로 만원을 기본 넘는다 하더라도 그려려니 하게 되는데 일반 커피집에서 앞단위가 바뀌면 이게 무슨 일인가 하게 됩니다. 제주에서 찾았던 커피 맛집 마노커피하우스가 그런 사악한 가격과 커피에 진심인 취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경주, 많이 드나들었지만 이렇게 사악한 가격의 커피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세계 3개 커피의 윗 레벨로 알려진 게이샤 커피가 무려 8만원 합니다. 마노커피하우스에서 2만원하던 것을 보고 그래도 과거에 원두맛을 봤었지 하는 생각에 몸을 사렸던 걸 생각하면 엄청나게 더한 곳인데요. 직화식이라는데서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더 얹은 것인가 마냥 추정해 봅니다. 

 

직화식은 반열풍, 열풍식이 대부분인 커피 세계에서 수동식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아날로그 감성 들어간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드럼통에 커피콩을 넣고 진짜 직화로 커피를 볶는 방식을 말합니다. 로스터의 숙련도에 따라 커피맛을 내는게 다를수밖에 없는데 한적한 시간에 가서 그런지 사장님이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곁들여 주면서 디저트까지 추가로 제공해 줍니다.

지금도 새벽4시까지 직화식으로 커피를 로스팅하면서 최적의 방법과 맛을 찾아 내기 위해 연구한다고 하는데요. 거를 타선을 노리지 않고 직구로 마스터 추천 커피로 들어갔더니 탁월한 선택이라면서 디저트를 서빙해 주십니다. 그리고 드립커피를 받을 때 즈음에는 반만 먹고 얘기해 보라 합니다. 또 다른 맛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시는데요. 궁금해집니다.

아쉬웠던 것은 아기자기한 그야말로 슈만과 클라라가 생존해 있었던 시절에 봤을법한 커피잔과 스푼 등을 이렇게 전시해 놨는데 눈으로만 구경하고 커피를 받아 마실 수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종이컵잔에만 준다고 하시는데요. 코로나 풀리면 또 가볼 작정입니다.

치즈케이크와 커피를 받았구요. 커피 반을 먹고 나서 들었던대로 사장님을 부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우유와 설탕을 섞어서 맛을 뵈 주겠다 합니다. 직화식이라 그런지 커피맛이 불맛 잘내는 중국집같은 훈연한 맛이 나는데요. 이런 특유의 향과 맛으로 유명한 곳이 부산 힐튼 호텔에 산에우스타키오일카페가 아닌가 싶은데 국내 매장 그것도 경주에서 이를 발굴해 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라떼조합인데요. 보통 강한 에스프레소에 넣어서 부드럽게 넣는게 라떼인데 드립커피에 우유라니 일단 신박하구요. 그런 점에서 커피맛이 뭉개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먹었는데 여전히 맛이 올라옵니다. 연기향과 커피맛이 어우러진 가운데 설탕까지 집어 넣으니까 봉지커피맛까지 갔다 오는 오묘한 맛이 올라오는데요. 별미입니다.

 

안 바쁠 것 같다는 타이밍에 또 들리고 싶네요. 자부심 넘치는 옆집에 사는 커피 전문가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는 듯한 기분을 느꼈던 곳이었습니다. 작년부터 맛 들인 슈톨렌도 판매하고 있어 올 겨울에는 또 시도해 볼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빵에도 진심인 곳이더군요. 경주 카페 맛집 인정합니다. 게이샤 가격은 너무 사악해서 조정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