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소감으로 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존엄

안녕하세요. 영화 매니아 베터미입니다. 영화팬들에게 큰 관심사 중 하나인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현지시각으로 2월 9일 일요일 우리나라에서는 오늘인 월요일 10일에 있었습니다. 매년 드러내 놓고 돈 들인 작품보다는 작품성 있고 시의성 있는 작품들에 상이 돌아가는 경향이 있어서 이번에는 우리나라 영화인 <기생충>이 후보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어 영화상 정도는 받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왠걸 4관왕에 올랐습니다.

 

■ 봉준호 감독의 소감

영화만 잘 찍나 했더니 수상소감도 연출력이 대단한 분입니다. 이 분. 감독상 후보가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였는데요. 이 중에서 원픽이 된지라 감회가 남다르고 스스로를 치켜 세울 법도 한데 영화 공부하면서 가슴에 새겼던 문구가 있다며 마틴 스콜세지를 치켜 세웠습니다. 

 

"When I was young and studying cinema, there was a saying that I carved deep into my heart which is,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That come to u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을 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존경의 의미를 담아 말한 것인데요. 이 덕에 기립박수가 나왔습니다.

 

■ 봉감독의 소감 연출력

봉감독이 굉장히 영리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는게 할리우드 영화판 본진에서도 한 점 굴욕없이 제 할 말을 따박따박 다해 오던 그가 이번에는 미국 영화계의 원로에게 찬사를 보내면서 참가자들의 반응을 유도했다는 점인데요.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며 미국의 어떻게 보면 오만해 보일 수도 있는 지점을 지적하는 한편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다룬 영화로 미국의 어두운 부분을 긁으면서 아이러니하게 수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래저래 대단한 그인데요. 저 말을 인용하면서도 '그게 누구였냐면, 제가 책에서 읽은거였지만'하면서 통역을 위해서 끊어 가면서 이 말을 했던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게 하도록 한 템포 쉬어가는 소감 연출력을 선보입니다. 시상 소감 장면 여러 번 돌려봐도 감동적이고 신선하네요. 

 

■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영향력

이렇게 그가 존경을 표했던 마틴 스콜세지는 봉감독에게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 또 다른 감독상 후보였던 영화 <조커>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커가 어쩌다 소시민들의 히어로가 되는 과정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를 닮았고 토드 필립스 감독이 참고했다고 밝힌 내용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코미디의 왕> 역시 같은 이유로 회자됐던 영화였는데요.

이 두 영화 모두의 주연이었던 로버트 드 니로는 조커에서 조커에게 희망과 절망을 주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조커는 이 두 영화에 대한 헌정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어서 조커를 본 많은 관객들이 떠올렸던 영화들이기도 합니다.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조커>에 이런 영향력을 끼친 그는 거기에다가 현역을 과시하듯이 <아이리시맨>으로 또 감독상에 올랐는데요. 로버트 드 니로와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듯이 또 그가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연기파 배우였다가 어쩌다 <나홀로 집에>로 코미디 캐릭터가 더 부각된 조 페시도 함께 출연했는데요. 넷플릭스에서 2019년에 돈 들이고 공 들인 영화 두 편 중에 하나였습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때문에 아직 감상은 못하고 있는데 봉감독의 수상 소식에 나비효과처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할리우드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하며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오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