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만 보고 기사 전체 내용을 섣불리 짐작하는건 위험한 세상입니다. 몇 차례에 걸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비어져 나온 기사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유불리에 따라 필요한 것만 떼서 기사를 만드는 곳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군요.
집단지성이기는 하지만 살짝 편향된 자료의 집대성기도 한 나무위키마저도 이런 자극적인 내용만 뽑아서 소개하는 까닭에 조명균 장관의 전체를 보는데 해석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그의 생애부터 정리해 봅니다.
■ 조명균 장관 생애
1957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났습니다. 동성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하여 이후 통일부에서 근무했습니.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개성공단 건설 등 대북정책의 현장 실무 일선에서 활동했습니다.
이후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에서 통일외교안보 정책 비서관을 역임한 것을 마지막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대기를 거쳐 28년 만에 통일부를 떠났습니다. 이후에는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수학하고, 주교회의와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등에서 활동 했고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았습니다. 2012년 대선 직전 터진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취사선택한 기사 전문 팩트체크 파트1
대부분 신문 기사들의 문제점이 내용을 취사 선택해서 짜집기하듯이 편집하는 것인데요. 나무위키에도 비슷한 형식으로 실려 있어 조장관의 태도에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본인이 수줍음이 많으니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잘라 버렸으나 전체 내용은 리선권 위원장이
남측 언론에 대해 생각하는게 고의적으로 그러기야 하겠나, 회담 실황을 모르니까 추측한게 이렇게 잘못되지 않았는가, 이렇게 혼자 생각해 봤다. 회담 문화를 바꿀 때가 됐다. 골뱅이 갑 속에 들어가서 하는 것처럼 제한되게 하지말고 공개되게 투명되게 사실이 보다 공정하게 알려질 수 있게 회담할 필요가 있다
라고 얘기한데 대해서,
기본적으로 리 단장의 제기 취지에 이의가 없다. 아무래도 저희가 서로 간에 툭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면 고려할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기자들, 카메라가 지켜보는 앞에서 말 주변이 리 단장님보다 많이 못한다. 기본적인 발언이 필요하다면 기자들이 중간에 들어와서 직접 할 수 있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
고 거절한 내용을 저렇게 축약해 버린 것입니다. 이 외에도 실제 헤드라인은 "제가 수줍음 많다"를 대부분 따서 본질을 흐리게 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요. 본질은 공개했을 때 되려 왜곡되게 보도하는 기사를 우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교석상에서 이런 겸손함이 미덕이 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겸손하게 얘기했다가 긁어부스럼을 만든 케이스가 되겠습니다. 이 때가 대략 8월 중순이었습니다.
■ 취사선택한 기사 전문 팩트체크 파트2
"시계가 주인 닮아서 저렇게 떨어진단 말야"는 나무위키 발이구요. 다른 언론에서는 "시계가 주인 닮아 관념없다"는 타이틀을 썼는데요. 중앙일보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10월 5일에 있었던 고위급회담에서 있었던 내용입니다. 5시 50분부터 회의장 앞에서 기다리던 리선권 위원장이 조장관이 6시가 돼도 오지 않자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하고 말햇습니다. 조장관이 6시를 3분 정도 넘겨 도착하자 리선권 위원장이 "북쪽에서 조국평화통일 위원회 위원장이라는게 복도에서 하릴 없는 사람처럼 말이야. 일이 잘될수가 없어"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었습니다.
조장관은 "제 시계 좀 보시라. 5시 32분"이라며 시계가 고장났다고 밝혔고 이에 리선균 위원장은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 닮아서 저렇게 된다"고 농담하며 해프닝을 마무리했다고 정리합니다.
리선균 위원장이 전반적으로 핵직구 북한식 농담을 구사하는 건 맞으나 갑분싸를 만들기 위해 막 지르는 것이라기 보다는 아이스 브레이킹처럼 늦어진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정황입니다. 참석자들이 웃었다는 대목에서 이런 분위기 정도는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구요.
■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기사
여러 매체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리선권 위원장이 재벌총수들이 냉면을 추가로 시키자 말했다는 내용은 문화일보, 조선일보 등에서 사실이라고 보도하고 있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입을 빌어 말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다수의 참석자들을 통해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반박 내용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는 "뭘 들
오 오셔야지, 그러면 제가 다 해드릴텐데"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 차례 반복하면서 급한 마음을 내비췄다고 하는군요.
■ 분단 7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일련의 보도들을 보면서 느끼는 생각이 미국에 대해서도 핵직구를 날리면서 조롱하던 북한 스타일의 농담이 외교석상에서도 아이스 브레이킹용으로 사용이 되는구나 정도였는데요.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이 되면 그런 농담은 언론에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으니 삼갔으면 한다고 언질을 주면 될 일이구요.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 맡기면 안 된다"는 발언도 우리 식으로 돌려 말하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다"는 표현을 북한식 핵직구 농담으로 표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표현을 어디에선가 본 듯한 기시감도 있구요.
어쨌든, 분단 70년이 다 되어 가는 마당에 북한은 같은 한글을 쓰는 민족이다 뿐이지 반 이상은 외국에 다름 없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외국인을 만나다 보면 한국인 지도 교수 앞에서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자유롭게 얘기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는데 한국식 예절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해소가 안 될 갈등의 소지가 될 법한 부분입니다.
만찬이나 무거운 자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툭툭 던진 농담을 줏어 와서 이슈를 만드니까 회담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웠던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하구요. 이런 걸로 해임결의안이 나오고 뜬금없이 장문의 표현이 이슈가 되고 있어 정리해 봤습니다.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면 공감버튼 클릭 잊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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