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인 빅 픽처가 꽤나 중의적인 제목의 책 <빅 픽처> 감상 후기입니다. 프랑스판은 직설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로 출판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 표지의 반전
전자책을 읽다 보니 책 표지에 대해서 무감각해진 듯 합니다. <빅 픽처>의 표지는 반전이고 복선이고 책 내용 자체이기도 합니다. 국내 출판사에서 그림 선정을 잘 한 것 같네요. 다 읽고 나서 쳐다 보고는 이게 뭐야 하고 놀랐을 정도였으니까요. 내가 이렇게 표지에 무관심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오래간만에 보는 실물 책이었는데 신선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 책 표지를 보고 한참을 생각했네요.
■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이다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어서일까요. 공감이 너무 되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여전히 바쁘고 헛헛한 하루였는데 그날따라 웬지 오늘은 꼭 책 한 권은 다 읽고 자야겠다라는 고집이 생겨서 자기 전에 펼쳐든 책을 끝까지 내리 읽어 버렸습니다.
책 <마션>의 신랄한 도입부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 있었는데요. 인용해 봅니다.
비로소 하루가 시작됐다. 그러나 하루가 끝난 적도 없었다.
여기서부터 격한 공감이 시작됐는데 그 공감의 끈이 끝까지 이어지면서 책을 쉽사리 덮지 못하게 하는 동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는 출퇴근을 하루에 2번씩 한다고 하지요. 회사에 출근, 회사에서 퇴근, 집으로 출근, 자면 비로소 집에서 퇴근. 그마저도 어린 아이가 있다면 새벽에 다시 출근이죠. 3, 40 어느 나이대의 어릴 적부터 꿈을 이루지 못한 남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한 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문장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 줄거리
벤은 잘 나가는 변호사입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꿈이었던 사진 작가와는 현실성 때문에 멀어지고 집안의 빵빵한 지원으로 안정적인 신탁 전문 변호사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 가는 30대 남자입니다. 아내는 언젠가부터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집안 분위기가 계속 되고 혐오에 마지 않는 허세 가득한 이웃집 백수 남정네와 아내가 바람이 난 것을 목격합니다.
변호사의 전문성(?)과 가정을 지켜 보려고 하는 의지가 뒤섞여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사진작가로서의 전문성(?)을 살려서 불륜 현장을 포착한 그 날 사건이 터집니다. 그리고, 그는 어릴 때부터 꿈꿔 왔던 사진작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 꿈을 이루는 과정이 불편하고 비현실적이지만 한 번쯤 꿈꿔 봤을 이상향
주인공의 기본 스펙 자체가 사실 불합리합니다. 상위 1%쯤 되는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꿈 운운하는 것 자체가 크게 공감갈 만한 일은 아니구요. 다만, 그가 처한 상황과 삶은 저같은 소시민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책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누구나 바라는 탈출을 의무로 인해서 저버리지 못한 사람에게 우연한 기회가 던져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하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인데요.
그 우연한 기회를 다소 과격하게 다룬바 없지 않지만요. 전반적으로 작가 특유의 디테일한 묘사와 상식이 넘쳐 나는 장치들이 꽤 압도적인 책이었는데요.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다기보다 무대 장치를 섬세하게 꾸며서 현실감을 강화시키는 유형의 작가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습관처럼 수집하는 김영하 작가를 떠올리기도 하구요.
영화화한다는 얘기를 듣기 전부터 언젠가 한 번 봐야지했던 책이었는데 이제서야 떼게 됐네요. 굳이 영화를 챙겨볼 생각은 안 드는데 영화 리뷰도 좋은 평가가 없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일탈을 꿈꾸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3,40대 남자라면 잠깐의 위안이 될 지도 모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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