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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소식

옴진리교 사형에 즈음해서 읽은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리뷰

by 베터미 2018.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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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2018년 7월 14일이니까 대략 일주일 전에 옴진리교 교주와 가담 인물들 총 7명이 사형을 당했습니다. 이들이 사건일 일으켰던 것이 1990년대 전후였으니 벌써 20년이 지난 사건인데요. 그 동안 가담자들의 복역과 재판이 계속되다가 결국 사형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옴진리교의 행각


사이비 종교이자 테러리스트 집단이었던 이 옴진리교는 1989년부터 살인사건부터 사린가스 살포사건 등 여러 흉악범죄의 중심에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1995년 지하철에 사린 가스를 살포해서 13명의 사망자와 6천명 이상의 부상자를 냈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으로 인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지하철 테러


정계에 진출해서 일왕을 폐위시키고 일본 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원대하고 어처구니 없는 꿈을 꿨던 이들 종교는 이렇게 당연한 결과를 맞이하게 됐는데요. 이 옴진리교가 사형을 계기로 20년만에 갑자기 화제에 오른 지금 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평행이론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유명 작가와 유명 심리학자의 대담을 다룬 책이 바로 이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입니다.


태엽 감는 새


태엽 감는 새 1권이 1994년에 출판이 되고 난 뒤 2권까지 출간된 시점에 이루어진 대담으로 보이는데요. 이 맘때 일어났던 옴진리교 사건은 일본인에게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둘의 대담에서 밝힌 바와 같이 커미트먼트(Commitment; 헌신)가 사라지고 디태치먼트(detachment; 괴리, 거리를 둠)가 대세를 이루던 일본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커미트먼트가 발휘된 사건이었기 때문인데요.


전체에 묻혀 있는 개인이라는 의미에서 커미트먼트를 가지지 않았던 개인들이 옴진리교라는 난데없는 종교에서 이 커미트먼트를 발휘한 사건이라 그렇다고 하는군요. 개인보다는 전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각별한 헌신따위는 없이 사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의외의 모습을 본 것이죠. 

헌신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색깔없이 전체에 휩쓸려 당연히 사는 행위 자체가 싫어서 개인주의의 천국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기존 작가들의 작풍이나 문체를 따라 가려고 하지 않고 반항아처럼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체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 것이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체가 탄생한 비결이라고 합니다. 


■ 양심 있는 일본인 지식인들의 대담


무라카미 하루키와 심리학자 융 학파의 선구자로 알려진 가와이 하야오간의 대담을 실은 책인데요.

둘 모두 누구보다 앞서서 본인을 내세우거나 선뜻 대화를 주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어떻게 말을 이어갈까 걱정이 되었다고 하는데 막상 만나서 이틀간에 걸쳐 이루어진 대화에서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죽이 잘 맞게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고스란히 책에서 읽어 볼 수 있는데요. 

이라크 전쟁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막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그 폭력성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고 일본인들이 실질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반성은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대목에서는 의외의 자기반성에 놀랐구요.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같은 반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직언을 하지는 않는 면에서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한편으로 살짝 안타깝기도 하더군요. 


심리학자인 가와히 하야오의 결혼에 대한 조언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데요. "우리는 괴로워하기 위해서 결혼한다"나 같은 의미에서 우물 파기를 계속해야 결혼이 유지된다는 의견 등입니다. 

물이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는 것만큼이나 감내해야 할 것이 많은 제도라는 것이겠죠? 거기에 덧붙여서 즐거워하는 일에는 괴로움이 따른다까지 붙이면 결혼의 총체적 난국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갈 수도 있겠군요.


책이라는 도구를 통하지 않고서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무라카미 하루키라서 그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 눈에 들어온게 신기했던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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