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드라마에서는 선전하고 있지만 영화에는 아직까지 대박이라고 할만한 걸 건지지 못했는데요. 2018년 공개한(이제 개봉이라고 쓰기에도 애매한 시대가 왔군요. 스트리밍으로 공개하면 그 뿐이니) 이 영화 역시 그렇게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지만 평단과 관객의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작비가 400억원 정도 들었으나 개봉 수익으로만 4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으니 알 수 없는 스트리밍 수익으로 충분히 보전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영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요망입니다.
■ 스티븐 킹을 떠올리는 스토리
이런 스토리와 비슷한 책을 주로 쓰는 작가가 스티븐 킹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가장 먼저 떠올랐던 책-이라기 보다는 미드-가 <언더 더 돔>이더군요. 갑자기 생겨 버린 거대한 돔에 갖힌 사람들이 미지의 물체나 공간에 대한 대항보다 자기들끼리 치고 받다가 피를 보게 되는 용두사미스러운 드라마였는데요.
이 영화 역시 갑자기 생긴 등대를 중심으로 한 미지의 공간 X에 진입하게 되는 4명의 여성이 그리는 스토리를 다룬 작품입니다. 마침,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보고 있었는데 소설을 쓰는데는 플롯이고 뭐고 필요없이 일단,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더군요.
이 개념을 서던 리치에 가져와 보면 이 영화 혹은 책은 '외계인이 지구에 추락했는데 DNA부터 시간, 공간까지 왜곡하는 공간이 생겼다. 나름의 사연 있는 여성들이 그 공간의 정체를 밝히러 들어가서 어떻게 되겠지'하는 정도에서 시작한 스토리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 '어떻게 되겠지'를 풀어 가는 과정은 꽤 흥미로운데요. 너무나 당연하게 그러리라 생각했던 방사능이 가득찬 공간이리라 예측했던 곳에서 그보다 더 왜곡된 장소임을 확인하고 기이한 존재와 조우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결국에는 우격다짐같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고 폭력적인 반전까지 이어지는데요. 폭력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굉장히 결말이 뜬금없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설마설마하면서 매의 눈으로 봤는데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을 던져 주고 막을 내려서 좀 황당하더군요.
하지만, 진화의 방향을 단시간에 원하는 방향으로 자기의 의지로 틀어 버릴 수 있는 공간에서 바뀌는 그들의 선택이 더 씁쓸하고 곰씹어 봐야할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배우 보는 재미
마블에 잠깐 등장했다가 요즘 좀 뜸한 배우와 최근에 등장한 배우까지 무려 3명의 마블 시리즈 출신 배우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나탈리 포트먼이 그렇구요. 토르에서 등장했었죠. 역시 토르에 등장한 발키리 역의 테사 톰슨도 등장합니다. 이 배우는 외도도 자주 하고 있는데 <웨스트월드>에서도 다른 이미지의 연기를 하더니 <서던 리치 소멸의 땅>에서 역시 전혀 다른 역할을 잘 소화해 내면서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마블 등장 인물과 이름이 똑같은 웡 역할의 베네딕트 웡도 나옵니다.
■ 흔치 않은 뒷이야기
결말의 혼란함이나 스토리의 일부 빈약함은 감독 탓으로 돌려도 되겠군요. '마치 책이 꿈꾸는 것처럼 만들'고 싶다고 한 감독 알렉스 가랜드가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을 접고 그냥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엑스 마키나>를 만들었던 그 감독입니다.
한국에 들어 오면서 이름이 <서던 리치: 소멸의 땅>으로 바뀌었지만 원작 제목은 그냥 <Annihilation> 그러니까 소멸의 땅이었습니다. 큰 제목을 없앤 이유는 아무래도 독립적인 작품으로 봐 달라는 의지도 있겠지만 3부작에 달하는 책을 그대로 옮길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습니다.
서던 리치(Southern Reach)라는 제목은 내용 중에 쉬머(Shimmer)라는 미지의 공간에 들어가서 처음 찾게 된 베이스 캠프 이름을 그렇게 지었기 때문입니다. 살기 위해서는 남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은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남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오스카 아이삭과 카메오처럼 등장하고 사라지는 여배우인 소노야 미즈노는 감독의 전작인 <엑스 마키나>에도 등장했던 배우들입니다. 감독과 합이 좋은 배우들이 또 캐스팅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쉬머 내의 베이스 캠프로 활용한 공간인 버려진 집은 실제 외부에서 주인공 레나와 남편이 함께 살던 집과 구조가 동일한 집입니다. 잔향 혹은 메아리로 해석하고 있는 쉬머의 능력을 그대로 발현한 장소인 셈이죠. 4명이 돌입했는데 주인공 레나의 의지가 너무 크게 반영되어 있다는게 이상하긴 하지만요.
상징적인 요소와 독특한 해석, 예기치 않은 그로테스크함과 스릴이 잘 버무려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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