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리뷰&소식

곡성을 떠올리게 하는 살(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리뷰

by 베터미 2018. 6. 5.
반응형
시기상으로 봤을 때는 살(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이 영화 곡성에게 약간의 빚을 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책 살 리뷰입니다. 

곡성에서도 살을 날리는 굿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책의 소재도 살 중에서도 상문살이 가장 큰 소재 중 하나입니다. 난데없이, NASA, FBI, 국정원 등이 나와서 공포, 호러에서 SF, 스릴러물로 장르가 바뀌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 쯤 책이 마무리되는게 조금 당혹스럽긴 하지만 오래간만에 알코올중독자처럼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 읽었을 정도로 몰입도는 굉장히 높은 책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상문살


살煞은 사람이나 물건을 해치고 독하고 모진 기운을 말하는데요. 상가에서 맞는 살을 상문살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무슨 연유인지 자세히 풀지 않고 상문살을 시전하는 부분에서 시작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서두를 뗍니다. 

상문살


상문살을 맞으면 갑자기 병이 나거나 심하면 급사하는데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상가에 다녀오면 대문 앞에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섞어서 뿌려 부정을 막는다고 합니다. 상문살을 맞으면 약을 쓸래도 없어서 무당이 굿을 하거나 절에 가서 풀이를 해서 해소시키는데요. 

이런 상문살이 주된 소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곡성을 떠올리는 장치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문살보다는 등급이 좀 세게 나오는데요. 멧돼지나 개, 고양이 등 동물을 이용해서 음산한 분위기나 괴기스러운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나 사람 자체가 살을 맞아서 귀신 혹은 좀비화되어 가는 과정같은 묘사가 흡사합니다. 

김동리 을화 살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작가는 김동리 작가의 소설 중에 <을화>라는 작품과 서양문물(?)인 <오멘> 등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하는데요. 김동리 작가가 주로 토속신앙과 외래사상과의 대립을 엮어서 독특한 소재를 개척한 바 있습니다. 아마, 비슷한 지점에서 모티프를 잡아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끊이지 않는 복선의 연속


처음 1/4 지점까지 읽었을 때 책이 끝날 줄 알고 페이지를 봤는데 1/4 지점까지 밖에 못 봤다는 사실에 헉하는 기분이었는데요. 네 번의 초상을 이용해 계모를 죽이려고 하는 윤식의 저주를 발단으로 시작되는 내용이 거의 마무리된다 싶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난 지독한 살을 맞았어. 앞으로 내가 딛는 발걸음마다 죄 없는 죽음들이 기다릴 거랬어. 교통사고로, 병마로, 질식사로, 복상사로, 감전사로, 의문사로, 심지어 자살로…… 결코 피할 수가 없는 죽음이야. 나는 내 옆에서 갑자기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할 수도 없고 거기에 관여를 할 수도 없다고 했어. 신왕의 제물로 당하는 모습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만 해. 남은 평생을 고통받고, 고독 속에 지내고,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하지. 타인의 죽음에 내 감각이 무디어지는 날, 그때가 나의 최후가 될 거야. 이게 바로 평생을 남의 죽음으로 시달리다가 죽어보라는 새엄마의 복수, 상문살인 거지


그 뒤부터는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가 거듭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는 추리소설의 기본기도 갖춘 모습입니다. 

살 곡성


시점은 윤식으로 시작해서 윤식의 얼마 되지 않는 절친 형사 종환의 윤식 자취 추적기로 자연스럽게 옮겨 갑니다. 디테일하게 쏟아 놓은 장치들이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고 이 장치들이 또 영화 <곡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결말까지도 개운하지 않고 찝찝한 것이 곡성의 결말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전개 방식이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느낌도 들어서 돈 있는 투자자의 눈에 든다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리나 호러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무속신앙에 일말의 관심이 있는 분일라면 꽤 마음에 들 책이라고 감히 추천드립니다. 

반응형

댓글


TOP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