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쏘우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후기

드라마 스포를 일부 함유하고 있으니 독자의 주의를 요합니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있었던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를 변주했다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정주행을 부르는 매력을 가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드디어 나왔네요. 이정재가 주연을 맡아서 진작에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데요. 핑크핑크한 미장센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을 자아내지만 내용은 19금에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선정성과 잔인함을 마음껏 활용한 작품입니다.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도박묵시록 카이지라는 일본 만화에 내용을 빚지고 있다는 평이 많던데 이 만화는 보지 못해서 평가를 주기가 어렵구요.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는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 류와 비슷한 느낌이었구요. 한정된 공간에서 퍼즐을 풀어 나가는 스릴러라는 점에서는 이 분야 고전이 되어 버린 <쏘우> 시리즈와도 비슷했습니다. 잔인함과 선정성의 정도에서는 쏘우에 더 가까웠는데요.

 

단순한 게임을 통해 비릿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도 지향점은 비슷했습니다. 다만, 지향했던 바를 분명하게 드러내는데는 좀 실패한 듯 합니다. 마치 노망난 늙은이의 마지막 소원풀이 정도로 정리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결말이 허무해서인데요. 자본주의,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더 강력하게 담았다면 몰입감이 배가됐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피가 난무하는 살육 게임을 운영하는 진행요원들의 정체성도 심도 있게 다루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출연진이 반전

오징어게임이라는 제목부터 이미 관객을 배신하기 위한 제목 선정이라고 보이는데요. 삼촌한테 물어보면 알법한 딱지치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오징어게임 등 그들이 유년시절에 즐겼을 법한 게임을 가지고 생명을 가르는 무대를 만듭니다. 사실, 이런 극단적인 상상 한번쯤은 해본 적 있는 사람도 있을텐데요. 무심코 즐겼던 게임들이 지나고 보니 꽤나 폭력적인 게임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반전은 제목뿐만이 아닌데요. 게임에 참가하는 삶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영업사원 역으로 공유가 등장합니다. 이정재 외에는 크게 눈에 띄는 출연진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공유의 등장으로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배가됩니다. 특히나 참가자를 제외한 운영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누군지 궁금해지는데요. 그 중에 한 명이 프론트맨이었습니다.

 

독특한 형태의 가면을 쓰고 왠지 귀에 익숙한 대사톤을 보였던 프론트맨은 심지어 영어까지 현란하게 구사하는데요. 이 쯤되면 몇몇 후보가 머릿속에 올라옵니다. 비(정지훈), 다니엘 헤니, 이병헌 등이 떠오르는데요. 체구로 유추해 보기로는 이병헌이 적당해 보이더군요. 설마설마하던 찰나에 공개했는데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느낌의 이질감은 있더군요. 숨겨진 인물 찾기도 스릴감을 올려 주는 요소로 크게 작용합니다.

 

오징어게임 결말 해석

결말이 의견이 분분합니다. 쓸데없이 시간만 늘였다부터 굳이 시즌2를 위해서 막판에 설정을 많이 뒤집었다는 의견 등이 많은데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특별히 어울리지도 않아 보이는 파격적인 색깔로 머리를 염색한 것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찌질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 성기훈이 확실한 변화를 겪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 길로 그냥 쭉 가면 됐는데 이병헌 목소리에 이끌려 돌아오는 것은 난감하지만요.

 

쏘우처럼 프론트맨이 자신의 업을 후임자에게 계승하는 식으로 시즌을 늘여 나갈 수는 있겠지만 한낱 VIP의 노름판 정도로만 게임 진행이 계속된다면 관객들에게 더 큰 몰입감을 선사해 주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한국식 옛날 놀이도 한계가 있어 설사 나온다고 해도 시즌2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

 

시즌2에서는 프론트맨이 되게 된 정황과 진행요원들이 이 서바이벌 게임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싶네요. 정주행을 부르는 몰임감만큼은 발군인 드라마였습니다. 올해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는 DP에 이어 연타석 홈런중이네요. 평점 5점 만점에 4점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