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의 이에 충치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충치를 치료하고 마감하는 마감재로 2가지를 추천해 주던데요. 레진 혹은 GI라는 선택지를 주더군요. 전자는 보험이 안 되고 시술 후 바로 밥을 먹을 수 있고 후자는 보험은 되는데 굳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밥 먹을 때 당분간 조심해야 하는 재료더군요. 이런저런 차이점 비교를 해 보고 자주 사용하는 어금니 쪽이라 레진으로 결정을 했는데 한 가지 난관이 남아 있었어요.
바로 웃음가스라는 정체불명의 추가 옵션이었는데요. 살짝 알아보니 겁이 많은 아이들에게 처방해서 치료하는 동안 기분 좋게 헤벌쭉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재료더군요. 우리 아이도 겁이 많아 극장도 어두워서 못 가고 있는 형편이라 이걸 추가해야 하나 고민이 돼서 또 웃음가스의 정체를 알아봤습니다.
■ 웃음가스란?
웃음가스라고 하지만 실제 성분명은 아산화질소라는 무기화합물을 말합니다. 화학구조식은 N2O인데요. 질산암모늄을 열로 분해할 때 발생하는 기체입니다. 이걸 흡입하면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웃음가스'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합니다. 상쾌하고 달콤한 냄새와 맛을 가진 무색의 기체인데요. 고통에 살짝 무감각해지게 해주는 특징 때문에 마취제로 활용을 합니다.
■ 웃음가스의 발견
1772년 영국의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발견했습니다. 이후 험프리 데이비가 특성을 확인하고 나서부터 '웃음가스'라고 이름을 붙이고 쓰기 시작했는데요. '술의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는 가스'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알딸딸한 기분만 즐기게 해 주는 성질을 알아내 연구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소량을 뿌려 주곤 했다군요. '이 기체에는 육체적인 고통을 제거하는 힘이 있는 듯하므로, 출혈이 크지 않은 외과 수술을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며 마취제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 아산화질소의 성질
코와 입을 통해 체내에 흡수된 아산화질소는 혈액에 녹아 들어가 혈액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도를 낮춥니다. 그러니까 산소가 결합하려는 힘보다 아산화질소가 결합하려는 힘이 더 강하기 때문에 산소가 들어갈 자리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뇌로 공급되는 산소량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흡입량을 조절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양이 늘어나면 저산소증이 나타날 수도 있고 장기간 흡입하면 피를 만드는 조혈기능에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세포벽의 이온채널을 막아 세포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중추신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요. 치과 전문의들도 아산화질소를 대량으로 급격하게 흡입하면 신경장애와 백혈구 감소로 악성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 사용량을 조절하면 괜찮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사용량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마취가 통하는 양이 제각각인데요. 치과에서는 의료장비를 통해 환자에게 공급되는 아산화질소 농도를 최고 7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에서는 그래서 의학적 목적인 경우만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고요. 노출 제한량 권고 수준을 25ppm(46㎎/㎥)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출된 가스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시술을 하는 의사나 간호사들도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몸에 들어와서 대사로 소모되는 비율이 0.004%에 불과해서 나머지는 숨을 내쉴 때 방으로 배출되고 쌓여서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환기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의료 목적으로 제한된 사용량을 준수하면 괜찮다고 봐야겠군요.
■ 악용사례: 해피벌룬
이런 아산화질소의 특징을 악용해서 술집에서 쓰다가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영국 등 외국 술집에서 헬륨가스 풍선 마시는 것처럼 만들어서 판매하다가 걸린 것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술집에서도 외국에서 사용하는걸 보고 들여온 것 같은데 이런 부작용에 대한 사전인지 없이 의료용 목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물질을 단순 환각용으로 활용한다니 주의해야 할 일입니다. 국내에도 뚜렷한 제한 규정이 없어 그냥 써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사실이 발각된 이후로는 당국이 재빠르게 규제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 가스가 온도가 높아지면 폭발성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에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과에 가기 전까지 웃음가스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고민을 했는데요. 일단, 쓰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고 들어갔지만 아이가 평소보다 담대하게 성큼성큼 들어가서 치료를 받고 나오는 걸 보고 너무 감격스러워서 울 뻔했네요. 누구나 처음 사는 인생이라 이런 상황이 어느 순간에는 익숙해지겠지만 아직은 처음 겪는 육아상황에서 마냥 초연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인데요. 들어가서 머리 위에 틀어진 만화를 보면서 아무 저항 없이 씩씩하게 치료를 하고 나왔다고 하는군요. 저는 그나마도 트라우마 생기지 않을까 염려되어 잘 보이지도 않는 치료실을 기웃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이가 막연한 공포심 때문에 기를 쓰고 거부하는 경우라면 차분하게 과정을 설명하고 관련 동화책을 통해 사전 학습을 하는 것도 거부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모와 아이 간의 소통과 믿음이 있어야 하겠죠. 통제된 환경에서는 사용해도 괜찮지만, 기왕이면 안하는 게 향후 습관 형성에 좋겠다가 나름 내린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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