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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소식

디즈니만이 하는 것 책 리뷰

by 베터미 202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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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베터미입니다. 디즈니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 나왔네요.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원제목은 The Ride of a Lifetime입니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라는 제목은 디즈니의 아이덴티티와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로버트 아이거 혹은 밥 아이거라는 디즈니 CEO의 이야기를 다룬 자서전이고 그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제목이 부풀려진 것 같아 거품을 빼고 원제목에 가깝게 제목을 잡아 보면 '디즈니 장기근속 근무후기' 정도가 좋을 것 같군요. 아마존 다녔던 직원이 쓴 '나는 아마존을 다녔다'와 비슷하지만 밥 아이거는 어쩌다 보니 CEO가 되서 더 다양한 경험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

 

■ CEO의 철학이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밥 아이거는 ABC 방송국 말단직원으로 시작해서 디즈니 최고자리인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입니다. 담담하게 개인사를 시간 순서로 적긴 했는데 한 사람의 인생사라기에는 스케일이 독립영화에서 블록버스터로 급하게 올라서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는 ABC에서 차근차근 오르다가 결국 사장자리에까지 오르고 난데없이 디즈니가 ABC를 인수합병하는 바람에 디즈니의 경영자로 전직하게 됩니다. 디즈니 전직 CEO 마이클 아이스너는 굉장히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디즈니를 성공적으로 키워내는데 성공했지만 말년에 디테일함의 끝에 닿아 있는 편집증적인 성격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감수성 부족이 드러나면서 당시 픽사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와 대립하기도 합니다. 

 

디즈니가 전성기를 맞았다가 성장성이 쇠퇴하기 시작한 시점에 이사회와 반목이 계속되고 2인자를 만드는 것도 불안해했던 그는 우여곡절끝에 밥 아이거에게 CEO 자리를 넘겨 줍니다. 밥 아이거는 CEO 자리를 맡자마자 전임자 마이클과 반목했던 픽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서 성공시켰고 이후 스티브 잡스와 절친이 됩니다. 

 

인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 필름, 21세기 폭스사를 줄줄이 인수하면서 컨텐츠 공룡이 되는데 기여했고 그의 퇴임 직전에 넷플릭스 대항마인 OTT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출범하면서 훌륭히 커리어를 마감합니다.

디즈니 주가

그가 임기로 있었던 기간의 주가인데요. 25달러에서 141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15년동안 500% 이상 상승한건데요. 전CEO인 마이클이 일궈낸 주가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락국면이었던 디즈니를 기사회생시키고 성장성을 탑재한 공은 인정해줘야 될 법한 이력입니다. 그가 CEO로 5년 정도 더 있는다고 하면 디즈니에 두말 안하고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것 같은데 후임자인 밥 차펙이 바톤을 이어받았습니다. 

 

그의 경영 스타일을 찬찬히 뜯어 보면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는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실천해 왔음을 알 수 있는데요. 그 깐깐하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던 스티브 잡스에게 픽사를 인수하겠다고 날아가서 협상한 일이나 마블 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에도 이미 과거 친분이 있었던 직원과의 관계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이나 스타워즈의 루카스 필름을 인수할 때도 조지 루카스와 ABC에서 협업했을 때 남겼던 좋은 인상에서 시작된 관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등에서 잘 살다 보면 저렇게 풀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밥 아이거

좋은 선배들에게 받았던 조언들도 금언처럼 여기고 실천하는데요. 될성부른 크기가 되는 사업에 투자하라는 ABC CEO 댄의 조언을 이렇게 메모해 둘 정도입니다. 

 

과거의 유산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놓고 신기술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성장을 위해 큰 인수합병도 마다 않는 그의 행보는 그동안 디즈니에 확실한 동력이었는데요. 2021년부터는 그가 이룩해 낸 인수합병의 결과물들이 터지는 해가 되어야 할텐데 이 와중에 팀 쿡스러운 전략을 구사한다는 밥 체이펙을 후임자로 난데없이 정해서 디즈니의 앞날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 디즈니만이 하는 것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확실히 아닌 책입니다. 제목이 좀 많이 낚시네요. 마지막 챕터까지 읽고 나면 밥 아이거 이 사람 언젠가는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도 그런 목적에서 낸 것 같은 정치적 느낌도 있구요. 

 

독서로의 가치를 찾자면 내가 할 수 없는 CEO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평생 보기 힘들법한 워렌 버핏, 스티브 잡스, 조지 루카스 등 유명인들과 한 테이블에서 의사결정을 논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살아 본 인생을 간접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네요.

 

밥 아이거는 인수한 기업들 대상으로 결정적인 권한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해당 기업들의 철학과 유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병을 진행했는데요. 그래서 그 동안의 마블이 순식간에 변질되서 재미가 없어질리는 없을 듯 하고 21세기 폭스와 급하게 콜라보를 할 일도 없어 보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새롭게 요리사로 등장한 밥 체이펙이 불안요소네요.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최악의 2020년을 보낸 디즈니가 기기재를 펼 수 있을텐데 말이죠.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삼성전자에도 이슈가 됐던 미래전략실같은 전략기획실이 디즈니에도 있었던 사실인데요. 밥 아이거가 CEO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이 전략기획실의 규모를 축소해서 사실상 업무권한을 없애 버린 것입니다. 권력이 어느 한 부서나 사람에게 집중되면 거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담당 부서장이나 사장의 권한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기가 꺾이기 마련인데 이걸 단칼에 날려 버린게 디즈니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게 된 큰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넷플릭스의 성장기를 담은 <규칙 없음>은 경영자를 위한 실무책처럼 읽혀서 진도가 안 나가는데 <디즈니만이 하는 것>은 스토리 요소가 많아서 한달음에 읽히네요. 오래간만에 수불석권하게 하는 책입니다. 스토리텔링으로도 볼만하고 경영자 입장에서 봐도 배울게 많아 보이는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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