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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소식

속이 단단한 배우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by 베터미 2019.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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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별명부터 마음에 든다. '하대갈'이라니. 근래 보기 드문 마음에 드는 별명이다. 결코 내가 비슷한 류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냥 마음에 든다. 그는 스스로를 농담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아니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걷는 사람 하정우'에 등장하는 그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걷는사람 하정우 표지


■ 배우이기 전에 사람


화려한 조명 밑에서 연기하는 모습이나 예능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했던 그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익살스러움'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넉살좋게 웃어 넘기고 유쾌한 모습이었는데 평소 그가 고민하고 부딪히는 문제는 일반적이고 상당히 사람적이다. 


우리 아이유는 밥을 안 먹어요. 이슬만 먹어요같은 연예인에 대한 맹신이나 신격화가 요즘에도 있겠나 싶지만 화면에 비치는 모습만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일상적인 모습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나의 아이유는 무대에서 빛나는 모습이고 브라운관에서 빠져드는 모습 자체여야 하지 않겠나.

걷는사람

 

그런 면에서 인간 하정우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접근을 대행해 준다는 면에서 재미있는 책이다. 그 일상을 스스로가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담하다. 


■ 나도 그래요


인간 하정우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데는 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그의 생각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나 역시 소싯적에는 비행기를 타면 그저 무기력하게 도착할 시간을 기다리다가 레드썬하고 수면으로 기억을 상실했다가 문득 덜그럭거리면서 들어오는 참 소식에 일어나서 사육당하는걸 당연시 여기면서 도착때까지 같은 루틴을 반복하고 했었는데 나이가 들기 시작하니 잃을게 많아져서인지 땅에 남은 미련이 있어서인지 비행기에 타는게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걷는사람하정우 리뷰


그러던 차에 하정우가 비행기를 타면서 느꼈던 감정을 따라가자니 내 얘기뿐만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 형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요즘 들어 느꼈던 불안감들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나도 혹시 이 형처럼 성인형 ADHD를 의심해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뭔가 할게 없이 앉아 있으면 좀이 쑤셔서 참을 수가 없는데 4시간 이상 넘어가는 비행은 엄두도 못낼것 같은 요즘이라 괜시리 위로가 된다. 


■ 인간은 걷는 존재


그는 티베트어로 '인간'이라는 단어의 뜻을 인용한다.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고 하는데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소망한다. 이제 와서 '나도'하고 한 발 슬쩍 밀어 보기에는 염치없어 보이지만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했던 사람으로써 역시 또 공감이 간다. 

걷는사람하정우 후기


발길이 닿았던 곳을 더 잘 기억해 내는 재주는 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도 그러하다. 여행길에는 여간하면 구석구석을 걸어 보는 편인데 이렇게 걸은 길은 무슨 마력이 있는지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흔적을 남겨 놓는다. 어차피 증명할 일이 없을테니 장담하건대 지금 당장이라도 로마 테르미니역에 내려 준다면 여간한 명소와 들렸던 맛집은 지도 없이 발로 찾을 수 있다.


걷기에 대한 그의 예찬은 이제 철학이 되어 버린 듯하다. 군데군데 요즘 내가 아는 상식이나 생활 방식에는 배치되는 내용이 있어서 '아 형 그건 그렇게 하는게 아니고'하고 조언해 주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누군가 감수를 해 줬겠지만 술술 읽히는 글을 잘 쓰는 것도 매력이고 복잡한 일에서 벗어나서 힐링하고 싶은 책을 찾는다면 다시 들게 될 것 같은 책이다. 가뜩이나 살찌는 것도 조절이 안되는데 십만보나 걸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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