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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영화&드라마)/영화

하쿠나 마타타의 귀환 라이온킹 실사판 감상 후기

by 베터미 2019.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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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다나스는 아무렇지 않게 장마전선에 묻혀서 사라질 것 같았는데 많은 사람들의 걱정은 현실이 됐고 장마전선에 묻혀 사라질 수도 있다던 기상청의 기대를 깨고 우리나라에 상륙해 버렸다. 세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긴 꼬리를 남기고 간 탓인지 폭우와 강풍으로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되지 않을까 고민이 되게 하는 날씨였는데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꺼리를 찾다 보니 또 영화관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라이온킹 실사판


■ 언젠가는 올 줄 알았다


라이온킹의 실사화는 그 누구에게도 꽤 큰 과업이자 꿈으로 남아 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였던 그 시절에 나왔을 때에도 자연스러운 동물들의 움직임을 실사화화면 좋겠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진짜 현실이 됐다. 


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겠지만 영화 제작의 일선에서 헐리우드의 역사를 쓰고 있는 존 파브로 감독에게 그 과업이 돌아갔다. '아이언맨'으로 디즈니에게 마블 유니버스를 선사한 바로 그 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원래 있던 기술을 한 군데 합해서 이것저것 다 되는 스마트폰을 내놨던 스티브 잡스에 비견될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인간성 넘치는 히어로물의 탄생을 '마블 유니버스'라고 할만큼 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건져내고 흥행을 시킨 인물이니 말이다.

라이온킹 스카


주연과 조연, 감독, 기획자를 오가며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의 손끝에서 또 어떤 작품이 나오려나 기대했는데 날씨가 토스하고 집에 재무장관이 스파이크 날려서 결국 극장행으로 가족이 다 출정하게 됐다. 


■ 걱정했던 실사판 그만큼의 차이


처음 시사회 공개 반응을 보고 나서 '아 올 것이 왔구나. 이건 또 극장용인가'하면서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국내 반응은 영 신통찮았다. 본 사람은 많은데 하나같이 애니메이션이 낫다는 평가였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오니 제작자 입장이나 관객 입장이나 다 이해가 가더라. 


'알라딘'같은 경우는 실사로 만들기는 했지만 원작의 부산스러운 지니가 훌륭히 윌 스미스로 대체됐고 애니메이션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익살스러움이나 화려한 뮤지컬같은 장치를 그대로 구현해서 규모에 놀라고 노래에 흥했던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라이온킹 실사판 후기


그런데 '라이온킹'은 이 현실감에 너무 천착했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너무 현실감 있게 만들려다 보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연기하는 진짜 동물같은 배우들로 대체되어 버렸다. 풍부한 표정으로 얼굴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었던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이라 가능했던 사람같은 동물들이었고 실사판에서는 너무 동물같아져서 사람같은 생동감을 잃었다. 


디즈니 특유의 뮤지컬같은 연출도 트레이드마크인데 이 역시 진짜같은 동물로 바뀌다 보니 대폭 수정이 되서 사라져 버렸다. 원작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구현해서 둘 모두 본 입장에서 좋았지만 둘 모두 본 입장이라 느끼는 상실감도 이해가 된다. 

라이온킹 원작 차이


아버지를 잃은 심바가 아버지의 허상을 보고 고향으로 복귀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제작자의 고민이 확실히 느껴졌다. 원작에서는 구름에 아예 아버지 무파사의 모습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본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해하면서 봤는데 구름이 모여 들어서 번개가 칠 때 슬쩍 사자 얼굴 형상을 만들어서 대체했다. 끝까지 리얼함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는 정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다. 


■ 추억은 세대를 넘어


나는 원작을 극장에서 본 세대다. 디즈니의 부흥기에 함께 열광하면서 OST를 따라 부르고 영어 공부를 했던 이른바 디즈니 덕후쯤 되는 아이였는데 세대를 건너 자식들과 실사판을 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비교할 꺼리 자체가 없으니 아이들에겐 실사판 자체가 원작처럼 느껴지지 않겠나. 

하쿠나 마타타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아이에게도 훌륭히 추억으로 남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에피소드가 생겼다. 점심때 튀밥같은 걸 얻어 와서 게걸스럽게 먹고 있길래 '점심 먹을건데 그거 먹으면 배가 불러서 먹을 수 있겠니?'라고 했더니 대뜸 '하쿠나 마타타'라고 한다. '다 먹을 수 있어 걱정하지 마'라고 덧붙히면서. 생명의 순환이고 뭐고 이거 하나만 건져도 괜찮은 거 아니었나. 'No worries 하쿠나 마타타' 실사판도 잘 만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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