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크린(영화&드라마)/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시린 꿈나무동산의 추억

by 베터미 2017. 4. 18.
반응형

- 스포일러 경고.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라라랜드는 원래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로스엔젤레스의 별명이라고 합니다. 일전에 미드 홈랜드와 관련해서 글을 올리다가 인용했던 워싱턴의 경우는 별명이 빅애플이었죠. 로스엔젤레스의 별명이 라라랜드가 된 데는 몇가지 설이 있는데요. 흔히 알려진 설은 로스엔젤레스를 줄여서 LA를 귀엽게 표현해서 라라랜드가 됐다는 설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헐리우드가 있는 세계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중심이고 그만큼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어 보이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라라랜드라고 불리운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말로 심하게 의역을 하면 '꿈나무동산'이 될 것 같네요.

첫 번째 잔상 비긴 어게인

 영화를 보다 보면, 몇가지 잔상이 떠오르는데요. 가장 큰 잔상은 아무래도 비껴갈 수 없는 유사한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있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이라는 영화일 것입니다. 전 사실, 멜로, 드라마, 애정 등 템포가 조금 느리면서 남녀가 애정하는 류의 영화를 본 지가 꽤 되서 다시 보고자 하는데 큰 결심이 필요할 정도였는데요. 그 덕분인지 처음부터 영화에 몰입하기 보다 영화의 설정이나 흐름을 지켜 보면서 따지는데 급급했습니다. 뮤지컬 영화답게 오글거리게 시작을 하는구나부터 시작해서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일부러 선명한 색깔을 사용해서 보여주고자 한게 뭐지하는 의심과 생각보다 여주인공의 목소리에 힘이 없구나까지 억지로 끌려와서 보는 영화를 하나하나 지적하고 싶은 마음가짐으로 눈마저 게슴츠레 뜨고 쳐다보고 있었죠. 그 와중에 소재나 전개마저 비긴 어게인을 떠올리는 것을 보고 '그냥 잘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Get shanghai : 누나가 세바스찬의 집에 무단침입해서 티격태격 여자친구는 있느냐, 소개시켜 줄게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세바스찬이 썼던 말입니다. I got shanghai!! 나 다 털렸어!! shanghai를 구어로 강제로 어떤 행위를 당한다던가 강도를 당했다고 할 때 쓴다고 합니다. 

두 번째 잔상 박진영

 한 걸음 더 옆으로 새서 다른 커다란 잔상이 있었으니 바로 박진영이었습니다. 벌써!! 무려!! 10년이나 된 박진영의 7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니가 사는 그집'이 떠올라버린 겁니다.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해 니가 타는 그 차 그 차가 내차였어야해 니가 차린 음식, 니가 낳은 그 아이까지도 모두가 내 것이어야해, 모두가 내 아이였어야해' 라라랜드를 꿰뚫는 주제를 절실히 나타낸 가사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박진영의 목소리가 아니라 재즈 선율을 얹으면 영락없이 라라랜드가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가 골든글러브상을 7개나 받았다는데 생각이 미쳐서 그 정도의 영화인가하고 고민하면서 보고 있었죠.

They worship everything value nothing : LA는 모든 것을 찬양하지만 그 어떤 것도 소중히 여기지 않아요.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전통의 재즈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담은 대사였죠. 

세 번째 잔상 City of Life

 큰 다툼 끝에 거리를 뒀던 둘에게 세바스찬이 큰 선택의 기로에 서는 기회를 들고 미아의 집으로 찾아 가는데 집이 도서관 근처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어서 거기서 경적을 울렸다는 얘기를 와이프에게 전해 들어서 알았을 정도로 집중을 제대로 못하고 따라가고 있었는데요.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고 둘의 만남과 끝을 가르는 이 음악만은 뇌리에서 꺼지지 않고 하루종일 바디감 충만한 에스프레소처럼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현실의 육중한 무게를 달달한 꿈으로 포장하고 만났지만 결국 다시 현실을 선택했던 씁쓸한 사랑을 마치 무림고수들이 눈빛만으로 수십합을 겨루고 서로의 실력에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는 것처럼 피아노 재즈 선율에서 모든 should have, would have, could have를 나누고 서로에게 웃음을 지으며 돌아가는 모습에서 이 세번째 잔상은 새로운 잔상이 되어서 앞의 잔상을 다 덮어 버렸습니다. 이런 영화는 정말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와이프를 처음 만났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풋풋함이 있는 반면에 극복하지 못한 현실을 애써 웃음으로 덮어 버려서 더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시린 꿈나무동산의 추억...씁니다. 써요.


이 영화가 에스프레소라면 제 평점은 5점 만점에 

신맛 : ★★★

단맛 : ★★★★

쓴맛 : ★★★★★

바디감 : ★★★★★

반응형

댓글


TOP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