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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영화&드라마)/영화

에이리언-커버넌트, 신과의 언약

by 베터미 2017.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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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추억의 영화 에이리언을 감독한 리들리 스콧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던 프로메테우스의 후속작이자 최초의 에이리언의 전작이기도 합니다. 내용 역시 그 중간을 다룬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 줬던 프로메테우스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면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커버넌트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커버넌트 즉, 계약 혹은 언약을 다루는 내용입니다.

 커버넌트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데요.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맺은 약속이라는 의미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제목이 스포였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제목입니다. 물리적인 법칙을 시원하게 어기고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와 생존을 위한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논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영화가 매섭게 휘몰아치는 통에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몸을 들썩이거나 경기를 일으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실제, 제가 앉았던 자리 오른쪽으로는 혼자 오신 남성분이 왼쪽으로는 여성 두분이 앉아서 봤는데 여성 두분이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움찔거리는 것은 기본이며 들썩이기를 반복하여 이런 영화는 연애를 할 수 있는 처지라면 참으로 보기에 바람직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4차산업혁명을 부르짖는 가운데 더욱 섬뜩하게 다가올 수 있는 AI의 도전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당연하게도 신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구약은 구약이 아니었습니다. 신약이 나오고서야 구약은 '옛날에 남겨놓으신 말씀'이라는 의미에서 구약이 됐고, 신약은 구약 이후에 남겨 놓은 말씀이라는 의미에서 신약이 됐다고 합니다. 우리가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들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는데요. 2차 산업혁명, 3차 산업혁명은 누군가가 주창해서 다가온 산업혁명이 아니라 지나고 보니 그것들은 산업혁명이었으니 그렇게 규정하자고 규정이 되어 버린 경우라고 봅니다. 뚜렷한 형체가 없는 4차 산업혁명도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언급한 이후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뚜렷한 실체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레미 리프킨이 주장했던 3차 산업혁명도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데 영역만 달리해서 묶어 놓고 4차 산업혁명을 울부짖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묶어 놓은 카테고리 중에 요즘 핫한 부분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인데요. 에이리언에서는 AI의 기능과 한계를 어디까지 둬야 하나 하는 생각꺼리를 던져 줍니다.

 영화에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에 관한 3원칙을 시원하게 폐기시켜 버리는 AI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3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으며, 인간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방관해서도 안 된다.

 (2) 로봇은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로봇은 (1)과 (2)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이름도 성경적인 데이빗, 성경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으로 유명한 다윗이고 피렌체 아카데이마 미술관에 가면 볼 수 있는 다비드상이 바로 그것인데 돈 많은 웨이랜드 사장이 자기 집에 이 조각상을 들여 놨네요. 데이빗은 이 조각상을 보고 충동적으로 자기의 이름을 '데이빗'이라고 정합니다. 그리고, 데이빗의 창조주임을 역설하는 피터 웨이랜드 사장에게

"나의 창조주는 당신이며, 당신은 어짜피 죽을 운명이다. 당신의 창조주를 찾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더욱 웃긴 장면은 그 말에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 데이빗의 창조주님이 코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르라고 명령하는 부분입니다. 데이빗은 그런 기질을 타고 났다고 보는게 맞을 정도로 인간적입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찻잔을 사장한테 던지면 어떻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이 있는 로봇인것처럼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요.

캐서린 워터스턴의 발견


 에이리언을 보기 불과 며칠전에 해피포터의 유산 '신비한 동물사전'을 봤는데요. 여주인공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에이리언을 보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인지를 하게 됐을 정도로 이미지가 굉장히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배우인것 같습니다. 여배우치고는 평범한 외모라고 생각했는데 신비한 동물사전의 캐릭터와 에이리언에서의 캐릭터를 놓고 보니 연기를 잘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일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거든요. 에이리언으로 페미니즘의 상징처럼 떠오른 시고니 위버는 각진 외모에 강한 여성상이었다면 캐서린 워터스턴은 유약한 외모에 태세전환이 굉장히 빠른 성장형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섭외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정을 가진 AI, 학습이 가능한 AI가 생활 가까이에 다가 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화두를 던져 주지만 이리 움찔 저리 움찔하다 보면 아 잘봤다고 끝날 에일리언-커버넌트는 호흡이 긴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으로 즐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로메테우스를 인간의 기원에 대한 엄청난 고찰이 있을 줄 알고 봤다가 뭐여 에이리언이여? 했다가 많이 내려 놔서 그런지 큰 기대를 않고 봐서 극장에서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경기 일으키듯 들썩이는 것만 보고도 뭔가(?)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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