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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소식

프랑스 아이처럼 - 한국인같은 뉴요커의 프랑스식 육아기

by 베터미 2017.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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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기자로서 커리어 우먼의 길을 걷다가 난데없이 육아의 길에 들어선 저자의 좌충우돌 육아기이자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시급해 보이는 프랑스식 육아 방법을 잘 버무린 책입니다.

자기비하 개그가 발군인 기자 출신 저자의 수려한 글솜씨


 이 책은 미국, 프랑스의 비교를 통해 깨닫게 된 스스로에 대한 거침없는 신앙고백이기도 해서 저자가 의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기비하 개그와 같은 에피소드에서 심심치 않게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부 에피소드 구성을 맛깔스럽게 잘해서 혼자서 깔깔거리고 웃을만큼 재미있는 내용이 군데군데 숨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개인철학을 갖추는 것과 버금갈만큼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는 양육관을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양육관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어서 누군가 조언을 구하지 않았는데도 그건 아니다라고 지적을 하는 행위 자체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서로의 관계를 끝장낼 수 있을만큼 민감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로 관계를 나쁘게 끝내고 싶다면 상대방의 양육관에 대해서 가열차게 지적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너 애를 그렇게 키우면 안돼!'

 우리 부부는 양육에 있어서는 상당한 부분에 일치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인게 '훈계를 하는 내용에 일관성 있게 부모가 함께 지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엄마한테 혼나고 와서 아빠한테 와서 달래달라고 하더라도 내용이 훈계받아 마땅한 내용이라면 일관성 있게 부모가 합심하여 혼을 내는 것입니다. 미국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범죄자를 다루는 방식처럼 굿캅, 배드캅 전략으로 가면 안된다는 것이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엄마는 혼을 내고 아빠는 감싸 준다면 아이가 판단할 때 혼란스럽거니와 곤란한 상황을 빠져 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아빠를 찾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잘 지켜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많은 경우에서 양육에 관한 구체적인 전략이나 철학이 없어서 순간순간마다 즉각적인 판단을 요하는 상황도 자주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번지게 될 가능성도 있죠. 그래서, 여러 상황에 대해 고려해 보고 공동의 철학, 전략을 선택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굉장히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은 책인것 같습니다.

엄마의 억척스러움은 왜 미국과 다르지 않을까?


 내용을 보면 미국이 특히, 저자가 생활했던 뉴욕의 양육에 관한 태도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해서 학원을 보내고 외국어 공부를 시키고 성과 지향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등의 내용인데요.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던 저자가 2살된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등록 경쟁이 심했던 수영장에 데리고 갔는데 별로 하는 것 없이 아이들이 물 속에서 노는 것을 쳐다보기만 하는 것을 보고 왜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지 않냐고 묻자 이 교육의 목적은 물에 대해 인지하고 물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이지 수영을 배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 대목입니다. 처음 임신을 하고 나서 안전할까?라는 질문에 매몰되어 만사에 대해 안전성을 고민하고 있을 때에도 프랑스 의사는 먹고 싶으면 먹으세요!!라는 식으로 응수했다고 합니다. 반면, 임신 중에도 몸매 관리를 잊지 않으며 출산한지 3~4개월이 지나면 금새 몸매를 원상복구해서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을 보고 미국식으로 얘기하자면 MIXF(Mother I'd like to Fxxk; 섹시한 아줌마를 가리키는 속어)가 되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부러움과 이상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합니다. 애엄마가 하이힐이 웬 말이냐는 식으로 쳐다 보는 관점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육아에도 적용되는 잠시 멈춤의 미학


 La Pause. 잠시 멈춤의 미학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새벽에 깨서 울더라도 즉각적으로 달려가지 않고 잠시 뜸을 들이면 알아서 아이가 수면시간을 배워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규칙적인 수면습관이 3~4개월이면 잡힌다고 합니다. 이 흐름은 물론 커서도 마찬가집입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놀이터에 데려 가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고 스스로 놀 수 있게 터치하지 않습니다. 카드르(Cadre; 틀)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요. 부모가 어떤 부분에서는 단호할만큼 엄격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과하다 싶을만큼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카드르, 이른바 틀만 제시해 주고 그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아이가 커가면서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데 4~5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부모의 공간과 시간을 인정하고 자기들끼리 놀 줄 알게 된다는 겁니다. 식사 역시 나오는 메뉴에서 가리지 않고 한 번씩은 다 먹는다라는 대원칙, 식사시간은 오전 8시, 정오, 오후 4시, 오후 8 이렇게 4번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는 식사량이나 종류(예를 들어 초콜렛이나 케익같은)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카드르를 지키면 알아서 골고루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식사시간은 심지어, 유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애가 울면 배고픈가 보다하고 젖을 물리는데 그게 아니라 저 시간을 지켜서 먹이면 애가 알아서 식사시간을 배운다는 생각입니다. 

과민과 방조 사이


 서술방식이 제 의식의 흐름인양 저자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어느 정도가 과민한 것이고 어느 정도가 방조하는 것이냐. 이것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인것 같은데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했던 생각을 그대로 짚어주고도 있습니다. 프랑스식 육아가 그렇게 완벽한 것인가하는 물음에 오히려 미국식 육아를 통해서 훌륭하게 자라난 외과의사를 예로 듭니다. 누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죠. 

 부모가 되면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것이 내가 잘하고 있는가, 내가 좀 더 신경을 썼어야 되는게 아닌가, 내 아쉬운 선택으로 내 아이가 잘못되는게 아닌가 하는 등의 걱정입니다. 저자가 지켜본 프랑스식 육아에서는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엄마의 한계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까지만 신경을 쓰고 그 외에는 개인, 스스로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죠. 참으로 합리적인 생각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생각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모 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강연에 간 적이 있는데 돈을 잘 벌고 싸가지 없는 의사 아들과 돈은 못 버는데 착한 트럭 운전사 아들 중 어떤 아들을 가지고 싶냐는 질문에 서로 눈치보며 후자를 택할 법한 상황인데도 대부분이 전자를 택했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결과론적인 의식이 많은 사회라면 프랑스식 육아를 적용하기는 요원하다 하겠습니다. 

 시기도 시기인만큼 물려 주고 싶은 사회상과 어떻게 컸으면 좋겠다하는 육아관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서 발전해야 할까하고 고민해 볼만한 내용인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제가 지향하는 바와는 맞는 면이 많아서 많은 참고가 된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식 논리를 하나 소개하면 분명하게 말할줄 아는 것은 곧 분명하게 사고할줄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곧 철학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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