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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소식

숨결이 바람 될 때 - 바람을 숨결로 되살릴 책 그리고 후일담

by 베터미 2017.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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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책을 소개하는 말처럼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책입니다. 제목은 의역이 아니라 직역으로 원문 'When breath becomes air'를 그대로 옮겨 왔는데요. 제 기준에서는 죽음을 묘사한 글귀 중에 당분간 으뜸을 차지할 제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숨결이 더 이상 숨결이 아닐 때는 바람 혹은 공기에 다름 아니겠죠.

폴 칼라니티의 삶

 저자 폴 칼라니티는 뉴욕에서 태어나서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문학, 철학, 과학, 생물학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과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에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서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서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그의 과학자로서의 연구에 대한 열망은 업적으로 인정을 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삶 자체가 하나의 책

 이 책이 우리나라에 발간한지는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이런 류의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또 비슷한 류의 삶에 대한 훈계나 깨달음을 읊는 정도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관심에만 두고 읽어 볼 기회는 없었는데요. 최근에 리디북스에서 대여 이벤트가 있어서 냉큼 구매를 해서 보게 됐습니다. 리디북스의 좋은 기능중에 하나가 바로 TTS기능인데요. 책을 그대로 읽어 주는 기능입니다. 두 가지 목소리를 제공하는데 한 가지가 '수진'이고 다른 한 가지가 '민준'입니다. 저는 당연히 '수진'의 목소리로 들었는데요.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서 책도 볼(들을) 수 있고 좋은 기능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기계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아서 아예 오디오북으로 나온 책하고는 비교하기가 힘든 수준이기는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이질감없이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많이 발전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비유로 인간은 인간 자체로 하나의 책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요즘 들어, 저에게도 이 부분이 많이 와 닿는 시기였는데 이 폴 칼라니티가 고통 속에서 써내려 갔을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제 자신에 대한 반성, 성찰과 안타까움, 미련 등 많은 감정들이 몰려 오면서 내가 색안경을 끼고 책을 장르의 일부분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자체가 커다란 깨달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깨달음에 대해서 평가하기에 앞서서 온전히 하나의 개인으로 인정하고 그 삶의 굴곡을 이해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몇 가지 부분에서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항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최고의 지성인으로 성장하고 있던 사람이 왜 대안을 시도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그 중에 하나인데요. 경마에서 말이 주변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라는 목적으로 눈 양 옆을 가리는데요. 이 가리개를 차안대라고 합니다. 이 모양새를 보고 한 면만 보는 사람을 보고 차안대 한 말같이 앞만 본다고 놀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A약을 해 보고 안 되면 B, B약을 해 보고 안 되면 C는 너무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접근이어서 왜 다른 대안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기왕이면, 우리나라의 일부 사례처럼 귀농을 해서 노루궁뎅이버섯같은 암 치료에 좋은 작물을 재배하면서 식이조절을 통해 암 극복을 위해 노력을 한다던가 하는 대안적 방법을 통해 건강 회복의 기회를 찾았다가 운이 좋다면 극적인 회복을 해서 다시 본인의 소명을 찾아 가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하지만, 위에 열거한 그의 이력만 보아도 얼마나 치열하게 본인의 소명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는가 알 수 있어서 스스로에게는 정말 아쉬움 없는 삶을 만들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간접적으로 지켜 보게 된 저같은 사람이나 안타까워 할 수 있는 말이겠죠. 정말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후일담

 이 책은 폴의 손에서 시작에서 아내의 손에서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가 떠난지 벌써 2년이 넘었는데요. 올해, 이 책은 웰컴북상(Wellcome book prize)와 퓰리처상에서 최종후보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후보자에 오른 것만으로도 중요한 족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이미 아내인 루시가 재혼을 했으면 하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죽고 난 뒤 6개월이 지나면 반지를 빼도 괜찮다는 식의 멘트도 잊지 않았구요. 수상 후보자 명단에 오른 것을 계기로 한 인터뷰에서 루시는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받아들일 마음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이해가 갈 듯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이 암을 확인하고도 아이를 갖고자 했던 시도때문인데요. 그만큼 서로를 아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 편으로 남겨진 아이의 미래는 어떻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우리 나이로 이제 4살 정도가 되서 말을 곧잘 하는가본데요. 이제 아버지의 부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올해, 4월 즈음에 처음으로 '아빠는 어디 있어'라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루시는 '아빠는 돌아가셨어. 아빠 몸이 더 이상 작동을 안 해서'라고 대답했구요. 딸은 다시 '아빠가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실까?'라고 물었고 루시는 '너도 아빠가 우리 집에 왔으면 좋겠어? 나도 그래'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딸의 방안에는 폴의 자서전 말미에 기록했던 딸에게 전하는 말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 두었다고 합니다.

  “When you come to one of the many moments in life where you must give an account of yourself, provide a ledger of what you have been, and done, and meant to the world, do not, I pray, discount that you filled a dying man’s days with a sated joy, a joy unknown to me in all my prior years, a joy that does not hunger for more and more but rests, satisfied. In this time, right now, that is an enormous thing; 살다 보면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할 때가 종종 있을건데, 간절히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한 남자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졌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지금,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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