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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영화&드라마)/드라마

짧고 강렬한 마스터피스 미드 체르노빌 감상 후기

by 베터미 2019.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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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베터미입니다. 우리나라에 미니시리즈는 수십화를 넘어가기 쉽상인데 미국식 미니시리즈는 진짜로 미니인가 봅니다. 5개의 에피소드로 짧게 휘두른 체르노빌의 잔상은 꽤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왕좌의 게임이 아쉬움만 크게 남긴채 종영한 것과는 대조되는데요. 짧지만 강렬했던 미드 체르노빌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인재 그리고 진실


체르노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현실감 있다라기에는 그 무게감이 남다른데요. 실제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일들이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고 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하는 일이 일이 되어 버린 세상이 됐습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누가 다루냐는 것인데요. 결국엔 또 사람입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돌아가도록 프로그램된 공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예정된 루트를 벗어난 일이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험은 그 동안 전세계를 걸쳐 반복되어 온 일입니다. 

미드 체르노빌


특히, 원전사고 굳이 이름을 원전이라고 하는 이유도 무서운 네이밍이라 그렇다는 본명은 핵발전소인 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거대한 장치는 그 안전에 약간의 틈만 생겨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기 때문에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을 텐데요. 


체르노빌은 이 위험하지만 유용한 장치가 가지고 있는 흠결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사용 인가만 받기만 급급했던 이들의 거짓된 증언과 국가의 위신 때문에 그 거짓을 지키려는 자, 양심때문에 이 거짓을 공개하려는 자들간의 소리없는 전쟁을 담담하게 이끌어낸 수작입니다.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한 참사인데요.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침몰 원인에 대해서 화물 과적, 고박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조타수의 운전 미숙 등이라고 공개하고 있는데요. 

핵발전소


여기에 더해서 알 수 없는 정부와의 교신, 늑장 대응이 참사를 더욱 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해 놓고 먼저 빠져 나온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과 알수 없는 해경의 소극적 구조와 정부의 대처 등 총체적 난국이었는데요.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안전성 테스트를 위해 기본적인 흠결을 알면서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했던 점, 책임을 지지 못할 일을 벌려 놓고 결국 모르쇠로 일관하는 책임자,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제대로 조사를 해 보지도 않고 잘 수습이 되고 있다고 무마하려고 했던 정부, 진실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에 대한 탄압 등 인재는 마치 복사해서 붙여 놓은 것처럼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걸 드라마를 보면 절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 위기를 극복해 내는 희생


세월호 참사 때 사망자 수습을 위해 노력했던 잠수사들의 희생을 잊을 수 없습니다.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현장에서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이들의 수고도 잊을 수 없고요. 강원도 화재 때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차들이 줄지어 재난 극복을 위해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는데요. 

강원도 산불 소방차


아마 그 시절에는 일반들이 방사능에 피폭되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상황을 감안하고도 방사능 덩어리인 흑연을 치우러 올라갔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원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투입된 광부들도 있었고요. 이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뛴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이었던 레가소프 박사는 진실을 공개하기 위해 테잎을 녹음한 뒤 사고 2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뒤를 이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면서 참사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았던 관료 보리스는 피폭된 영향으로 3년만에 사망하고 맙니다. 이 외에 작업에 가담한 수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받아서 인생 자체가 바뀌었는데요. 


세계적인 위기로 발전할 수도 있었던 상황은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에피소드 다섯 개가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인재와 진실을 밝히려는 자에 대한 핍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세울 수 있었던 역사에 대한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잘 드러낸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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