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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고잘살기/맛집정보

제주도 비자림 근처 식당 섭섭이네 카레와 고기국수

by 베터미 2019.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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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시계방향이 익숙해서일까 해 뜨는 동쪽에 대한 원시적 끌림이 있어서일까 제주도는 항상 동쪽으로 시작하게 된다. 용두암을 슬쩍 스쳤다가 비자림, 만장굴, 성산 일출봉쯤의 코스로 향하게 되는게 첫날 할일로 요약이 되는데 그래서 이쪽을 타다가 들릴 수 있는 맛집을 항상 찾게 된다. 


이번 방문때는 제주도 토속음식에 치우치지 않고 현지인이 먹는 음식들을 찾으리라 다짐하고 갔는데 첫날부터 핀트가 살짝 어긋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현지인 맛집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치저스'라는 직관적인 이름의 치즈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곳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인기가 좋은 집이라 그런지 예약 손님이 아니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단다. 

섭섭이네 입구


잠깐 고민을 했지만 주말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기약없을 것 같아서 발길을 돌렸다. 시간대는 이미 위장을 죄여 오는 허기감이 즐거운 여행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로 올라오고 있어서 뭐라도 당장 집어 먹지 않으면 제주 돌하르방 배라도 때릴 기세라 이동이 짧은 곳 중에서 구글느님에게 4점 이상을 받고 있는 곳을 찾았는데 이 곳 '섭섭이네'였다. 제주 돌하르방 배가 성하려면 차를 빨리 돌려야지. 

섭섭이네 호끌락한 집


■ 호끌락한 집?


제주에 와서 돈카츠 카레라니 왠지 시작부터 맛집 콘테스트에서 지고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물쩡 도착해 버렸는데 식사를 하기도 전에 아쉬움부터 달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인가 디저트부터 떠올렸다. 커피 얘기가 자연스럽게 올라오고 근처에 뭐가 있나 하고 찾아 봤는데 '풍림다방'이 지척이다. 그야말로 넘어지면 코 닿을 데 있었는데 이쯤 되니 머리를 탁 치는 무언가가 있다. 


여기가 제주도 맛집 골목인가?


두뇌를 풀가동해서 소싯적 사회 시간에 배웠던 상권은 생리적으로 비슷한 업종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을 갖다 붙여 본다. 맛집으로 알려진 '치저스'와 커피 맛집으로 유명한 '풍림다방'을 걸친 이 곳 '섭섭이네'는 이 사회 이론에 부합하는 곳이자 맛집이 아닐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맛집 골목에 진출한 식당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허기진 여행자의 발목을 잡는데는 성공했다. 


초입에 들어서니 이름뿐만 아니라 밑에 뭔가가 더 써 있다. '호끌락한집'이라고 되어 있는데 제주 방언으로 '호끌락'이 '작은'이라는 뜻이란다. 식당에 들어서니 확실히 작다. 창가 바형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테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게 2개 있었는데 마침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지 사람 많을 때는 영락없이 기다려야 할 듯 하다. 

섭섭이네 장기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벽면에 맛집쯤 되야 한 두개 걸어 둔다는 사인액자가 걸려 있었다. 하나는 명백하게 구분이 가는 이름 '장기하'가 새겨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맛있다고 적긴 했는데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장기하가 노래를 잘 만들기는 하지만 맛집을 잘 찾는다는 건 장담할 수 없으니 맛집 인증은 될 수가 없는데도 괜히 기대감이 소폭 상승한다.


■ 큰섭이와 작은섭 그리고 고기국수


메뉴는 기본 카레에 토핑을 추가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고 국수류도 취급한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고기국수'가 여기에도 있어서 메인 메뉴급은 아닌듯 하여 '이 고기국수가 제주 전통 국수 맞나요?'하고 물었더니 '맞습니다. 제주 전통식으로 만들면 비린내가 나서 연구해서 만들어낸 비린내 없앤 고기국수입니다'한다. 


연구했다니 좋은 자세다하여 고기국수 추가한다. 큰섭, 작은섭 하나씩해서 골고루 시켜봤다. 

큰섭카레


큰섭 메뉴가 나왔다. 돈까스와 비벼서 먹었는데 맛이 괜찮다. 인도식 전문식당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카레다. 슈퍼마켓이나 일식집에서 볼 수 있는 카레와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나름 매력이 있다. 

작은섭카레


이번엔 작은섭이다. 견과류를 구워낸 것으로 보이는 토핑과 추가로 시킨 닭다리가 한글로 적은 '작은섭'과 잘 어울린다. 색깔에서 느껴지듯이 큰섭과는 맛이 살짝 다르다. 맵다. 개인적인 촉으로는 카레에 크림을 추가한게 아닌가 하는 맛이었는데 일반 카레보다 부드럽고 더 끈적한 맛이 있어서 식도를 타고 술술 잘 넘어간다.

섭섭이네 고기국수


마지막으로 등판한 고기국수다. 사장님이 장담했던대로 비린내가 없었다. 아이들 주기 좋을 것 같은 비주얼과 맛이었는데 과거 살던 곳 근처에 있던 고기국수를 떠올려 보니 확실히 비린내를 잘 잡았고 특유의 심심한 맛은 잘 살아 있다. 


쓰는 고기가 다 제주산 흑돼지라고 적혀 있었는데 증거를 못 남겨서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게 아쉽지만 맛집 상권에 묻어 가는 집 아니야?하기에는 확실히 괜찮은 비주얼과 맛이었다. 제주 전통 음식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 과감하게 제주 맛집 골목에서 피어난 하이브리드한 느낌의 카레와 고기국수도 좋을 듯 하다. 


토핑메뉴까지 고려하면 가격이 조금 세게 느껴진다는게 유일한 단점이랄까. 오늘도 구글느님의 신뢰도는 한 단계 상승하고 재방문 의사가 새록새록 올라오는 맛집도 하나 추가했다. 앞으로는 '풍림다방'과 세트로 떠오를 것 같은 호끌락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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