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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 맛집이라는 함쉐프키친 짬뽕 섭취 후기

by 베터미 2019.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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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맛집으로 선택한 곳이 함쉐프키친이었다. 숙소 인근을 중심으로 구글 검색하다 보니 제일 먼저 뜨는 곳이라 관심 있게 쳐다 봤는데 그 동안 말로만 듣던 신라호텔 요리사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소유한 쉐프가 나와서 차린 곳이라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마침 숙소와도 가깝고 해서 다소 비싼 감은 없잖아 있지만 후식까지 준다고 하니 마지막을 불태워보자는 심정으로 발길을 정했다.

함쉐프키친


사실 그 전날부터 인근을 배회하다가 사람은 많은데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어 고민을 했던 장소였다. 예전에 제주도에 방문했을 때는 회에 말고기에 고기국수같은 제주스러운 식단으로 일정을 꽉 채웠는데 어째 이번에는 시작부터 카레에 스테이크에 메뉴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라 더욱 고민이 깊었는데 결국은 또 평점을 믿어 보기로 했다. 


■ 한적한 시골이라 주차는 노워리


앞쪽으로 버스가 다니기는 하는데 양쪽으로 도로가 꽤 넓게 펼쳐져 있어서 주차 공간에 관한 걱정은 집어 넣어 두고 방문해도 좋을 듯 하다. 숙소를 가까이 잡았다면 금상첨화 도보로 이동해도 되겠다. 식사 후에 잠깐 산책을 해도 될만큼 한적한 분위기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라 빽빽하게 식당이 들어선 곳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다만, 제주 전반적으로 중간에 브레이크타임이 있으니 시간대에는 유의해서 방문해야겠다. 그리고 이 곳은 매주 일요일은 쉰다고 한다.


섭취 후기


전반적으로 가격이 좀 나간다. 일반적인 중식당에 짜장이나 짬뽕이 비싸도 1만원 이하에 정리가 되는걸 고려하면 노리고 만든 게 분명한 네이밍의 '인생짬뽕'은 16,000원으로 가격이 꽤 하는 편이다. 다만, 신라호텔에 명성이 자자한 짬뽕이 4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급 착해 보이는 가격이다. 왠지 맛이 강할 것 같아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볶음밥과 로제파스타도 같이 시켰다. 

함쉐프키친 빵


빵이 먼저 나왔다. 평범한 비주얼인데 맛은 대단하다.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손에 하나씩 들고 갔는데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빵만 먹어도 될 것 같은 속도다. 앞으로 나올 메뉴를 위해 뱃속을 비워 두는게 힘들어진다. 

함쉐프키친 인생짬뽕


드디어 문제의 그 녀석이 나왔다. '인생짬뽕'이라는 이름으로 맛스러움을 강요하는 듯한 메뉴라 요놈봐라 하는 심정으로 쳐다 봤는데 첫인상은 산처럼 쌓인 숙주에 압도당했다. 저걸 어떻게 바닥으로 뒤집어 넣나 하는게 인생걱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용케 국물을 흘리지 않고 바닥으로 쑥쑥 밀어넣고 보니 육해공 고기를 다 밀어 넣은듯한 재료들이 떠오른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넣었어'같은 비주얼이다. 차돌박이에 오분자기, 기타 해산물들이 물반 고기반의 형상으로 식욕을 위협한다. 국물이 탁하지 않아 예사스러운 짬뽕은 아니겠구나 하는 기분으로 한 숟갈 들이켜 봤다. 


역시나 텁텁한 뒷맛으로 식욕을 저하시키는 일반적인 짬뽕과는 다른 맛이 난다. 신경써서 만든 것 같은 국물맛은 전혀 텁텁한 기색없이 감칠맛 났고 뒤끝에 아련하게 무언가 남는데 흔하게 맛봤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이게 무슨 맛이지? 익숙한 향인데?

불맛이지 뭐여.

그렇다. 재무장관의 독한 일침이 가리키는 것처럼 불맛이었다. 이 집의 특징이라고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그새 또 잊어 버렸다. 하룻밤 자고 나면 뇌세포가 10만개가 죽어 나간다는데 요즘은 술에 맛이 들려서 10만개를 얹어서 더 죽어 나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다.

로제파스타 함쉐프키친


이어서 로제파스타가 나왔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호텔에서 식사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준비해봤어'정도의 비주얼이다. 호텔 음식 간접 체험용 음식의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 '음식은 맛이지'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보자마자 식탁 밑으로 내려가서 뒹굴뒹굴하면서 비웃을것 같은 오버스러운 자태다.


작자의 예술혼을 평가해 보자면 일렁이는 조개 모양은 파도겠고 위로 치솟은 솟대같은 것은 배의 돗대를 형상화한 것이라 짐작이 된다. 전체적으로는 배의 형상을 이미지화해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데 맛에는 그리 소용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단적으로 맛을 평가하자면 짬뽕과 호각지세라고 하겠다.  

함쉐프키친 볶음밥


마지막으로 아이들용으로 시킨 볶음밥이 나왔다. 이 정도 되면 이 집의 철학은 '투머치 데코레이션'으로 봐야겠다. 생전 호텔식이라고는 먹어본 기억이 없는지라 전혀 익숙하지 않은 과도한 비주얼 어택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애먼 가재의 손은 아귀의 가짜 먹이 더듬이처럼 생겼다. 전체적으로 아귀를 형상화한 것 같다. 


■ 제 점수는요


이 곳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불맛 나는 짬뽕은 흔하다. 육해공이 붉은 국물에서 춤추는 비주얼도 흔하다. 숙주가 지붕을 쌓고 있는게 흔하지 않을 뿐. 다만 텁텁하지 않은 맑은 국물에 감칠맛을 내는 곳은 흔하지 않은데 제주도에서 맛보기는 희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내고 싶다면 이 곳은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을 장식하는 스킬이 일반적인 음식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수준이고 그만한 공력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비주얼보다는 맛이 우선인 사람들에게는 괜히 가격만 비싼 음식 만들어 놨다고 핀잔듣기 좋을 법한 곳이다. 


가족보다는 연인에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식당이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맛집은 맛집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후식을 안 먹은 것이고 쉐프는 가는 우리 바지 가랑이를 잡고 후식을 청하지 않은 것일까? 남탓하기 전에 술부터 끊어야겠다. 전국 기준으로는 10점 만점에 7점. 제주 기준으로는 10점 만점에 8점 매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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